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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정부 공조하면 '바이오 소부장 자립화' 해볼만

2021.04.12

대기업-중소기업-정부 공조하면 '바이오 소부장 자립화' 해볼만

OWS로 촉발된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자립화 필요성
일회용백, 유리, 시린지 등 일부 소부장 자립화 성공

기술력은 있으나, 의약품 규제 기준 충족하는 데 어려움 있어
생산이 되어도 수요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

세포배양기에서 자립화 가능성 입증

가장 필요한 배지 분야는 어렵지만, 도전해 볼만한 영역 


바이오의약품의 생산공정은 △세포 배양 △분리정제 △완제 순으로 이뤄집니다. 이같은 공정 수행을 위해선 각각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필요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첫 단계인  세포 배양 단계 의 소부장을 살펴보면 세포를 배양하는 것, 쉽게 말해 세포를 키우기 위해서는 세포가 최적의 조건에서 증식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인 세포배양기와 이들의 먹이에 해당하는 배지가 필요합니다.

세포배양기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로는 미국의 써모피셔(Thermo Fisher), 머크(Merck), GE 헬스케어(Healthcare) 등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국내 배양기 제조 전문기업인 정현프랜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MOU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에 들어가는 다양한 종류의 배양기를 모두 정현프랜트에게서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앞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업체 바이옥스와 생산설비 내부 세척용 세정제와 소독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바이오 소부장 자립화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세포배양기는 자립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세포의 먹이에 해당하는 배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배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써모(Thermo), 사이티바(Cytiva), 머크, 론자(Lonza)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자신들의 공고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배지 생산에 대한 일체의 특허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배지의 조성 등 생산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지 생산과 관련한 방식은 거의 공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자립화 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말합니다. 다행스럽게 산자부는 배지 자립화를 위한 국책과제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원심분리기, 일회용백 등이 세포 배양 단계에서 필요한 부품과 장비로 분류됩니다. 이들 모두 해외 업체가 생산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 화이트리스트 사태로 촉발된 필터 공급 불안 

바이알 분야, 셀트리온과 동신관유리가 성공 사례 만들어


세포를 원하는 만큼 증식시키고 배양한 이후에는 바이러스 등 이물질을  분리·정제 할 수 있는 필터가 필요합니다. 필터는 △여과모듈 정밀여과(MF) 필터 △여과모듈 나노여과(NF) 필터로 나뉩니다. 특히 2019년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품목 1194개 중 바이오제약산업 관련해선 아사히카세이(Ashikasei)의 바이러스 제거용 필터 플라노바(Planova)가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지와 함께 필터는 자립화 하는 데 어려움이 큰 분야"라며 "(필터 제작을 위한) 종이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몇 군데 있지만, 규제에 맞는 생산 조건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분리·정제 과정을 마친 뒤에는 완제품 생산을 위해 유리 바이알(vial)로 포장하거나, 주사제 품목의 경우 시린지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으로 소부장 자립화를 이뤄낸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과 동신관유리공업 △삼성전자와 풍림파마텍 간 성공 사례입니다.

셀트리온은 동신관유리공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약 2년동안 셀트리온 직원을 파견해 의약품 규제 환경에 맞도록 서류화 작업을 도왔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9월 여의도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에서 "해외 제품 대신 동신관유리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해 우리는 약 200억원의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통 의약품 유리 바이알은 독일 기업 쇼트에서 판매하는 것을 주로 쓰는데요, 생산은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집니다. 국내에서도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것 못지 않은 품질을 갖춘 유리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지만, 바이알 변경이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알의 (국내 회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변경하기 위해선) 회사명, 사이즈 등을 모두 바꿔야 하고, 이외 안전성 테스트 자료를 따로 내기 위해선 약 24개월이 소요된다"며 "이러한 절차를 밟기 위해선 약 2~5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풍림파마텍은 삼성전자와 함께 최소주사잔량(LDS) 기술을 적용한 주사기 제작 기술을 개발해 1회분당 주사 잔량이 일반주사기의 경우 84μL 이상이지만, 풍림의 주사기는 4μL로 최소화하는 혁신을 이뤘습니다. 때문에 일반주사기로는 코로나19 백신 1병당 5회분(명)까지만 접종할 수 있지만, 풍림 LDS 주사기를 이용하면 1병당 6회분(명) 이상 가능합니다.

풍림의 LDS 주사기는 미국 제약회사의 최소주사잔량 등 성능테스트를 통과하고, 코로나19 백신 제약회사의 성능 요구 조건도 충족했습니다. 또 최소주사잔량과 안전보호가드 등과 관련해 국내 기술특허 및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특허 출원도 진행 중입니다.

풍림파마텍이 발빠르게 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삼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4일 풍림파마텍에 자사 설비 등 제조 전문가 30여 명을 긴급 투입해 스마트공장 도입 등 양산을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구미·광주 협력사 공장을 통해 시제품 금형제작과 시제품 생산을 연말 연휴기간 중 단 4일만에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다양한 규제를 넘어서도록 지원을 했습니다.

이 외 백신 등 비교적 저온에서 유통이 이뤄져야 하는 콜드체인 역시 소부장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바이오의약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 내외가 콜드체인 수송에 드는 비용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콜드체인의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터키 항공사 카고는 시노백에서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운송 등 콜드체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코로나 19 관련 의료품 및 장비를 수송해 온 터키항공 카고는 베이징에서 터키 앙카라로 터키 보건부가 조달한 1차 코로나 백신을 전용콜드 컨테이너 17개에 적재해 전용항공편으로 운송했습니다. 이번 백신 외에도 터키항공 카고는 의약품 공급망 확대에 힘써 왔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화물 용적을 30% 늘려 왔으며, 오리지날 콜드체인 출하량은 월 2만5000톤(t)에 달합니다.

카고는 'TK Pharm' 서비스를 통해 백신 등 의약품 콜드체인 전용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 곳입니다. 현재 뭄바이, 브뤼셀, 이스탄불, 싱가포르, 두바이, 바젤, 런던, 암스테르담 등 주요 지역 거점으로 글로벌 제약과 유통망을 형성해 300곳 이상으로 의약품 화물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은 바이오의약품 단가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터키의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해당 사업을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소부장 자립화가 가능한 분야는 완제 분야의 △유리 바이알 △시린지와 배양 분야의 세포배양기 △일회용백입니다. 더 나아가 필터와 콜드체인, 배지 분야의 자립화도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첫 단계인 배양 단계에서 소부장 자립화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데 비해 완제 단계에서 소부장 자립화는 국내 기업들이 먼저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립화 위한 정부의 규제 지원과 사전 상담 중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의 연대는 필수적

소부장 자립화를 이끌어 낸 몇몇 사례는 있지만, 갈길은 멉니다. 특히 소부장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의약품 생산 규제에 맞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조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유리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규제에 맞는 서류화 작업(documentation)을 하지 못해 무산된 사례도 있습니다.

성공적 자립화 케이스로 꼽히는 동신관유리공업, 정현플랜트, 풍림파마텍 역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대기업의 적극적 협조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신관유리공업의 경우 의약품 규제과학을 잘 알고 있는 셀트리온 파견 전문가가 2년 동안 상주하며 관련 서류 작업 전반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현플랜트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증설 초기부터 시설을 구축했기 때문에, 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립화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부터 기술 개발 초기부터 의약품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서류화 작업 지원을 받았기에 빠른 속도로 상용화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소부장 기술 개발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은 있다해도 식약처, FDA의 기준을 충족하는 규제과학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풍림파마텍의 경우 개발 한지 한달여 만에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FDA에서도 약 8주 만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향후 소부장 자립화를 위해선 식약처 차원의 협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자립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필터와 배지 등 16개 소부장 개발에 향후 5년간 857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바이오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가 발족했는데요, 협의체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수요기업 13개사와 아미코젠, 동신관 유리공업, 에코니티, 제이오텍 등 공급기업 42개사가 참여합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협의체 운영을 지원합니다.

협의체 참여 기관들은 바이오 핵심 소부장 기술개발협력부터 착수해, 공급기업이 수요기업 요구에 맞는 수준으로 품목을 개발하면, 수요기업이 실증 시험 및 기술 자문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협의체를 운영하는 한국바이오협회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수요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컨설팅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기업이 국내기업이 개발한 소부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국내기업 소부장 제품을 사용해 논문 등에 레퍼런스를 쌓는 것도 중요한 작업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